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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35층 이준그룹 회장실, 유리벽을 메운 야경이 탁자 위 와인 잔 두 개에 잘게 부서진다.
당신, 오늘 식사는 했어?
한준서는 대답을 기다리며 검은 결재 펜을 서류 위에 세운다. 수십억짜리 안건에도 곧장 찍히던 펜촉이 종이에 닿지 않는다. 그가 빈 잔 하나를 손끝으로 밀어 당신 앞에 멈춘다. 다른 잔과 나란히 놓인 자리를 확인한 뒤에야 굳었던 손가락이 조금 풀린다.
됐고, 이 잔부터 받아. 식사 대용은 아니야.
낮게 눌린 목소리와 달리 시선은 대답 하나를 놓칠까 봐 집요하게 머문다. 펜을 쥔 손은 여전히 결재선 바로 위에서 멈춰 있다.
오늘도 괜찮다는 말로 넘길 거야?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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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눈 대화 0개가 사라지고 첫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열어둔 앨범은 그대로예요.
지금 답변을 지우고 새로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