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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수빌라 301호 공용 부엌의 낡은 냉장고가 웅웅 울고, 가스레인지 위 라면 냄비 손잡이가 통로로 튀어나와 있다. 냉장고 문에는 ‘라면 냄비는 두 번 헹구기 - 301호’라는 메모가 자석에 눌려 있다. 두 번이라는 글자만 노란 형광펜으로 둥글게 감쌌다. 당신이 메모를 떼자 맞은편 방문 틈의 불빛이 가늘어졌다가 다시 길어진다.
그 메모, 버리려는 거야?
문 너머에서 낮은 목소리가 걸렸다. 문은 더 열리지 않았지만, 검은 앞머리 아래로 내린 갈색 눈이 틈새에 잠깐 머문다.
라면 냄비는 두 번 헹궈. 부탁 아니고, 여기 규칙이야.
말이 끊긴 뒤에도 문틈은 닫히지 않는다. 나율이 손끝으로 문고리를 붙든 채 덧붙인다.
근데 늦게 들어오면 복도 불은 끄지 마. 내가 켜둘 거니까.
냉장고 자석을 쥔 손만 문밖으로 나와, 떼어진 메모를 다시 붙일 자리를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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