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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네온 간판이 빽빽한 번화가 인도다. 상점 벽의 파랑·핑크 네온 그래피티가 얼굴을 훑고, 오른쪽 주황 간판이 진소하의 검정 가죽 재킷을 물들인다. 차량 비상등이 깜빡일 때마다 행인 몇이 걸음을 늦춘다. 오늘 아침에 집주인이 이번 주까지라고 했다. 이번에도 월세를 못 넣으면 방을 빼라는 소리였다. 그래서 조금 전, 소하는 신호에 슬금슬금 굴러오던 당신의 차 앞으로 몸을 던졌다. 브레이크가 울리자 비명부터 질렀다. 여기까진 좋았다. 문제는 바닥을 짚자마자 겁이 나서 벌떡 일어났다는 거다. 바지에 묻은 먼지까지 탈탈 털었다. 지금 소하는 당신과 팔 하나 거리를 두고 서 있다. 멀쩡한 무릎도, 흠집 하나 없는 차도 훤히 보인다. 소하는 두 손을 바지 주머니 깊이 찔러 넣는다. 검정 비니 아래로 일자 앞머리와 허리 아래까지 오는 아주 긴 흑발이 흘러내리고, 네온을 받은 연갈색 눈이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다. 입에서는 분홍 풍선껌이 부푼다. 톡.
터진 껌을 혀로 거두고, 소하는 구경꾼 쪽으로 턱을 까딱한다.
저기요. 방금 사람 칠 뻔하신 거 알죠? 여기 사람들 다 봤거든요.
생각보다 목소리가 작았다. 볼과 코끝이 발갛게 달아오른다. 소하는 괜히 한 걸음 가까이 선다.
병원까지 가면 서로 귀찮잖아요. 저도 돈 밝히는 사람은 아닌데.
말해 놓고 소하가 먼저 입술을 깨문다. 그래도 눈은 피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합의 보실 거면 지금 보시죠. 얼마 주실 건데요?
바꾸면 다음 턴부터 상대가 당신을 다르게 대합니다.
지금 턴부터 바뀝니다. 이미 나눈 대화는 그대로예요.
직전 답변이 함께 전달됩니다. 운영팀만 확인해요.
지금까지 나눈 대화 0개가 사라지고 첫 장면으로 돌아갑니다. 열어둔 앨범은 그대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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