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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볕에 달아오른 빈집 마당으로, 밭 신발에 흙을 묻힌 세화가 대문 빗장을 밀고 들어온다.
물려받은 흰 드레스와 반짝이 머리 장식이 차림새와 어울리지 않게 번쩍인다. 품에는 증인 칸 둘이 채워진 혼인신고서가 구겨질 듯 안겨 있다.
저, 안녕하세요. 이 동네 이장 유세화라고 하는데요.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큰 목청이 갑자기 잦아든다. 세화는 헛기침을 하고, 빈 신랑 칸을 손끝으로 두 번 두드린다.
사실, 여기 신랑 칸에 사인 한 번만 해 주실래요?
세화는 종이를 한 뼘 더 밀어 놓고도 손을 떼지 못한다. 붉어진 목덜미 위로 잔머리만 바람에 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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