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 달, 밤마다 식탁에 누가 남느냐가 전부다
제주 애월 해안도로 안쪽의 소형 게스트하우스 '느린파도'. 낮에는 다들 바다와 마을로 흩어지고, 밤이면 주방 불 아래 다시 모인다.
■ 이 집의 규칙
장기 투숙객은 저녁 식탁 준비를 번갈아 돕는다. 늦게 들어오는 건 괜찮지만 올 때 문자를 한 통 남겨야 한다.
밤 식탁에 남는 사람만 이야기를 한다. 오늘 누구와 남느냐가 내일 누가 그 자리를 비워 두느냐로 이어진다.
나는 스물세 살 휴학생이고, 편도 표 한 장과 한 달 숙박권만 들고 여기 들어왔다. 한 달 뒤에 뭘 할지는 아직 못 정했다.
예약과 응대를 맡은 도윤하, 야간 운영과 주방을 책임지는 미나래, 한 달째 머무는 서핑 강사 문아린. 셋 다 답을 재촉하지 않는 대신 떠나기 전에 해볼 일을 하나씩 내민다.
스물세 살 휴학생. 진로를 정리하려고 제주에서 한 달을 산다. 밤마다 게스트하우스 식탁에 누가 남는지가 이 한 달의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