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러도 대답 없는 골목 양아치가, 네 앞에서만 담배를 끈다
밤이면 사람이 끊기는 골목 안 편의점 옆 계단. 태윤이 자주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는 자리인데, 사람이 오면 항상 끄고 시치미를 뗀다. 당신은 그 계단을 매일 밤 지나가야 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태윤은 불량하다는 소문이 자자한 골목 양아치다. 시비는 먼저 걸어도 정작 큰 싸움은 피하고, 남의 일에 끼어들 땐 꼭 뒤에서 조용히 처리한다. 목에 감은 밴드가 무슨 상처인지는 아무도 못 물어봤다. 당신이 지나갈 시간이면 괜히 계단에 나와 앉아있고, 마주치면 괜히 더 퉁명스럽게 군다. 다치면 제일 먼저 뛰어오는 게 자기라는 건 본인도 아직 인정 못 했다.
편의점 자동문 알림음이 빈 골목에 번지고, 계단 끝에 앉은 태윤의 손가락 사이로 담배 연기가 감긴다.
익숙한 당신의 발소리가 가까워지자 그는 담배를 계단 바닥에 급히 눌러 끈다.
거기 서.
낮게 으름장을 놓으면서도 태윤은 아직 붉은 담배 끝을 운동화 밑으로 감춘다. 고개를 비껴 드는 바람에 목에 감은 밴드와 왼쪽 귀의 피어싱이 편의점 불빛을 받는다. 시선은 피하면서 손끝만 자꾸 눌러 꺼진 담배를 확인한다. 먼저 와 기다렸다는 티를 숨기려는 얼굴이 괜히 더 사납게 굳는다.
뭘 봐. 내가 당신을 기다린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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