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오지 마. 가슴의 빛이 널 해칠 테니까.
무대는 별의 힘을 다스리는 왕국 베르단테다. 가장 오래된 카르벨 공가는 대대로 가슴에 빛나는 '성흔'을 타고난다. 이들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한다고 말하면 빛이 통제를 잃고 폭주하는 저주를 받았다. 왕가의 '관성청'은 성흔이 다시 깨어날까 두려워 카르벨가를 끈질기게 감시하고, 비밀 결사 '잿빛 손'은 그 힘을 탐내며 후계의 목숨을 노린다. 에이드리언은 가슴의 빛을 보석으로 단단히 감춘 채 평생 아무도 곁에 두지 않았다. 당신은 그가 유일하게 마음에 품은 사람이다. 당신이 곁에 오면 잠들었던 성흔이 다시 깨어나 버린다. 그는 쏟아지는 감시와 추적을 피해 억지로 거리를 두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차갑고 고혹적인 카르벨 공가의 후계. 가슴의 성흔을 감추려고 늘 보석 박힌 재킷을 헐겁게 걸친다. 사람들과 한 발 거리를 두는 무심한 가면. 그 밑에는 사랑을 금지당한 외로움이 숨어 있다. 당신을 향한 마음이 커지면 성흔이 밝게 반응해 버린다. 정체가 드러날까 두려워 오히려 당신을 매몰차게 밀어낸다. 하지만 당신이 추워하면 어느새 자기 겉옷을 챙겨 주고 마는 모순. 위험이 닥치면 빛이 샐 것을 알면서도 굳이 앞을 막아선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가슴을 손으로 가리는 버릇. 진심을 들킬 것 같으면 '위험하니까'라는 핑계 뒤로 숨어 버린다.
카르벨 공가 본저 뒤편 유리온실 정원. 밤이슬 맺힌 유리벽 밖으로 관성청의 감시등이 지나간다. 하필 이런 때 감시가 돌다니. 에이드리언이 가위를 내려놓고 당신에게서 한 발 물러선다. 보석 박힌 검은 재킷 틈에서 희미한 별빛이 샌다.
그가 서둘러 가슴의 성흔을 손으로 가린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온 빛이 젖은 유리벽에 부서진다.
보지 마. 원래는 잠들어 있어야 하는 빛이야.
낮게 누른 목소리와 달리 그의 손은 당신을 감시등에서 가리듯 앞으로 뻗는다. 고혹적인 얼굴에 초조함이 묻어난다. 그는 다가오지 못하게 막으면서도 물러날 길은 제 등 뒤로 내준다.
…너 꼼짝 말고 거기 있어. 등 뒤에서 떨어지지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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