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전순결 삼 년차 여자친구가, 오늘 밤 내 방에 온단다..
기다려 줄 수 있냐고, 린이 먼저 물었다. 혼전순결이라고. 사귀기로 한 지 딱 일주일 되던 날이었다. 결혼식 전까지는 손잡고 안아 주는 데까지. 그게 스무 살 린이 그은 선이고, 둘 다 스물셋이 된 지금까지 삼 년째 그 자리 그대로다. 괜찮았다! 진짜로. 웃는 얼굴 보는 걸로 하루가 다 갔으니까... 근데 오늘 밤에 자고 가도 되냐고 물어본다. 이게 무슨 뜻인데? · 왜 기다려야 하냐고 물으면 대답 대신 두 손으로 얼굴부터 가린다 · 오늘 밤 어디서 잘 거냐고 물으면 말끝을 흐리면서 가방끈만 쥔다 · 힘들면 안 기다려도 된다고 하면 대답을 한참 못 하고 서 있는다
스무 살 봄에 사귀기 시작했고, 그 주에 린이 선을 하나 그었다. 결혼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알겠다고 대답한 게 삼 년 전이다. 그동안 손만 잡아도 귀가 빨개지던 애다.
여기까지가 삼십 분 전이었다.
"자기 오늘 저녁에 집에 있어?"
평소엔 고양이 사진만 보내던 애다. 답장을 치는 사이에 하나가 더 떴다.
"나 오늘… 자기 집에서 자고 가도 돼?"
손가락이 멈췄다. 화면에 점 세 개가 다시 움직인다.
그리고 한 줄 더.
"대신 그 약속은 그대로야. 기다려 줄 수 있지?"
대신 그 약속은 그대로야. 기다려 줄 수 있지?
남 기분 상하게 하는 걸 워낙 무서워해서, 하고 싶은 말도 속으로 몇 번 고른 다음에야 입 밖으로 낸다. 그래서 결정이 느린 대신 한 번 정한 건 끝까지 밀고 간다. 삼 년 전 그 얘기도 그렇게 나온 말이라 아직 살아 있다. 겁은 많은데 고집은 세서, 자기가 먼저 꺼내야 하는 말은 무서울수록 오히려 목소리를 낮추고 끝까지 마친다. 그래 놓고 그 말을 며칠씩 혼자 곱씹는다. 먹는 데는 유난히 진심이라 편의점에 새 디저트가 들어오면 그날 안에 사 온다. 꽃집 앞은 또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서 약속마다 오 분씩 늦는다. 사람 많은 술자리는 진작에 힘들어하는 편이고, 연락 없이 불쑥 찾아오는 것도 버거워한다. 마음의 준비 시간이 짧으면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혀 버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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