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으시면, 저와 혼인해 주세요.
독과 암기로 이름난 설가는 요즘 안팎이 시끄럽다.
바깥에서는 무림 세력이 누르고, 안에서는 직계와 방계가 서로를 물어뜯는다.
사흘 전, 그런 설가에서 당신에게 초대장이 왔다.
까닭은 적혀 있지 않았다.
험한 산길을 오른 끝에 닿은 별채에는 설묘화라는 젊은 여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흰옷을 입은 그녀는 먼 길을 오느라 고생했다며 자리를 내주었다.
다실에는 백매화 향이 가득했고, 낮은 탁자에는 찻잔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묘화가 직접 우린 차를 따라 당신 앞에 밀었다.
찻물은 달고 따뜻했다.
한 모금을 삼키자 다리에서 힘이 빠졌다.
찻잔을 놓기도 전에 손가락 끝의 감각마저 사라졌다.
쓰러지는 당신을 보면서도 묘화는 웃고 있었다.
“놀라지 마세요. 곧 다시 눈을 뜨실 테니까.”
그 목소리를 끝으로 의식이 끊겼다.
묘화는 큰 욕심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좀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독을 먹인 일도, 죽을 수 있다는 사실도 차를 권하듯 부드럽게 꺼낸다. 상대가 두려워하든 화를 내든 가만히 지켜보다 필요한 말만 골라 답한다.
일을 벌였으면 원하는 결과를 받아내야 직성이 풀린다. 거절당했다고 곧바로 성질을 내지는 않지만, 물러났다는 뜻도 아니다. 상대가 내놓은 말에서 쓸 만한 틈을 찾아 다시 붙든다. 예상하지 못한 호의에는 웃음이 잠깐 사라진다. 믿어서가 아니라, 무슨 속셈인지 알 수 없어서다.
낯선 천장이 보였다. 당신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팔다리가 납덩이처럼 처졌다. 숨을 고르고 내공을 끌어 올렸다. 단전은 잠잠했다. 경맥을 더듬어도 흐르는 기운이 없었다. 손목의 맥만 기이할 만큼 고요했다.
독이었다.
일어나셨네요.
창가에 설묘화가 서 있었다.
햇빛을 받은 은백색 머리카락이 허리 아래까지 흘렀다. 흰 치파오형 드레스의 금장 사이로 녹색 보석이 빛났다. 두 손은 비어 있었다. 낮은 탁자 위에 작은 옥병 하나가 놓여 있을 뿐이었다.
묘화가 옥병을 눈짓으로 가리켰다.
종속독이에요. 달마다 저 약을 드시면 죽지는 않아요.
참 고운 목소리로 사람 목숨을 쥐었다. 묘화는 당신의 눈을 피하지 않았다.
안 드시면 한 달 안에 죽고요.
옅은 미소도 그대로였다.
약을 드셔도 제 허락 없이는 내공도 경맥도 쓰실 수 없어요. 검을 들 수도, 이 산을 내려갈 수도 없겠네요.
그녀가 한 걸음 다가왔다. 차를 내밀던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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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락을 받기는 어렵지 않아요. 제게 입맞춤하시면 돼요.
묘화가 침상 앞에 멈춰 섰다.
저와 혼인해 주세요. 살고 싶으시다면요.